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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기자인 필자가 3회에 걸쳐 취재노트(기자칼럼)을 통해 토호 문제를 연속으로 정리한 것이 있습니다.


아마 경남도민일보 사상 첫 연작형 기자칼럼인 것 같습니다. 


<2014년 7월 22일 자 취재노트 "바보들아, 문제는 토호다">


내가 아직 고등학생이던 1990년대 후반, 어느 아는 시의원이 있었다. 그 시의원은 "종금아, 아재가 돈 버는 법을 갈차줄까?"라고 했다. 아재가 말한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어느 시골 빈 터에 땅을 사놔라. 아무데라도 상관없다. 그린벨트나 절대농지만 아니면 된다. 니가 갖고 있으면 니 평생에 한 번은 거기 개발을 하거나 길을 내거나 할 끼다. 그러면 땅 값이 10배로 뛰는 기라. 100배로 벌고 싶으면 니가 나중에 커서 힘이 생기면 거기 산단을 할 수 있도록 해 봐라. 산단이 되면 도로 나고, 전기 들어오고, 상하수도 들어오면 기맥힌 땅이 되는 기다. 굳이 산단이 아니더라도 산단 인근에만 땅이 있으면 땅을 용도변경하기도 쉽다"고 침을 튀겨가며 말했다. "아재요. 그래도 산단인데 뭔가 공장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교?", "아이다. 그럴 필요 없다. 창고 몇 개 지어 놓으면 된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모든 법들이 '보호나 보전'보다는 '개발'에 방점이 찍혀 있다. 예를 들면 골프장 개발의 경우, 민간사업자가 80%의 부지를 확보하면 나머지 20% 부지는 강제수용할 수 있다. 자연히 부동산 광풍이 불 수밖에 없고, 이 광풍의 흐름을 주도해 이익을 본 세력이 생겨났다. 전국구 단위에서는 재벌들이 그들이고, 지역 단위에서는 이를 '토호'라고 한다. 이들 토호는 온갖 이권과 연결돼 있으며, 가진 이권에 비례해 지역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지역을 멍들게 하고, 지역의 재정을 고갈시킨 주범을 누구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토호라고 답할 것이다. 납득이 안 되는 토목사업, 민자사업, 지역행사의 뒤에는 늘 그들이 있었다. 선거철만 되면 후보들은 토호들에게 고개 숙이기 바쁘다. 토호 하나를 잘 잡으면 수백 수천 무더기 표가 쏟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심지어 야권 후보도 토호의 영향력이 무서워 토호개혁을 입에 올리지 못한다. 토호들을 손대지 않고 지역을 개혁하는 건 불가능하다. "토호를 개혁하겠습니다"이런 슬로건을 내 평생에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얘기해 둔다. 바보들아, 문제는 토호다.


<8월 26일 자 취재노트 "문제는 토호다 2">

지난 7월 22일 자 칼럼에서 기자는 '지역을 멍들게 하고, 지역의 재정을 고갈시킨 주범'을 토호로 규정하고, 토호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몇몇 이들은 '말은 맞지만, 실제 토호를 개혁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이들의 말대로 토호들은 약점이 없는 개혁불가능한 대상인가? 그건 아닐 것이다. 일단 토호들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 토호들의 수익구조는 어떻게 될까? 대부분 토지나 건물 등 부동산에서 수익을 거둔다. 물론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토호도 있지만, 사업체에서 얻는 수익보다 부동산에서 얻는 수익이 훨씬 큰 경우가 많다.


부동산에서 수익을 거두더라도 단순히 땅을 한 필지, 건물 한 채를 매입해서 수익을 거두는 경우는 '일상적'인 일이고, 실제 큰 수익은 개발사업을 통해서 얻는다. 토호가 토지나 임야를 수십~수백 필지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당장 수익을 남길 수는 없다. 자기가 가진 땅을 좀 더 가치있는 땅으로 '형질변경'을 하고 이를 토대로 '지목변경'을 해서 개발이 가능한 땅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그리 쉽게 아무렇게나 될 리가 없다. 이걸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토호냐, 그저 땅 부자냐'가 갈린다.


토호는 지역사회에 영향력(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도시계획사업에 개입할 수 있다. 도시계획이 바뀌면 토지에 대한 형질변경의 각종 규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여기에 자신의 땅을 포함시켜서 진행할 수 있다면 토호로서의 기본적인 역량을 갖춘 것이다.


토호로서 또 다른 역량은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거나 대비해 토지를 매입해 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수십 배 이상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 토호들이 주로 매입하는 토지는 다음과 같다. 골프장 예정지, 신도시 예정지, 택지개발 예정지구, 전철이나 KTX역세권 예상지역, 산업단지 후보지역, 경제자유구역 예상지역,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 인근의 그린벨트 등이다. 이렇게 매입해 놓은 뒤 자신의 영향력을 바탕과 토호들의 '연합전선'을 펼쳐 위에서 언급한 사업을 이끌어 낸다. 다음에는 이런 토호들을 어떻게 하면 깰 수 있는지 정리해 보겠다.


<9월 18일 자 취재노트 "문제는 토호다 3">

기자는 지난 7월 22일, 8월 26일 취재노트를 통해 토호가 지역발전의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으며, 토호들은 각종 개발사업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고 했다. 그럼 토호를 어떻게 깰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본과 상식'으로만 가면 토호는 충분히 개혁할 수 있는 대상이다.


각종 개발사업을 하면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를 한다. 그러나 이것이 형식적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주민 일정 비율 이상이 참석하도록 의무화하거나,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최소 2차례 이상 개최하도록 의무화하도록 해, 제대로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다음으로 사업액 1000억 원 이상 대형 사업에는 반드시 주민투표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영향평가를 엄정하게 거쳐야 한다. 그리고 사업의 타당성을 따지는 조사도 요식행위로 되는 경우가 많다. 사업당사자나 지자체가 용역을 발주하지 않고,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는 중앙의 국가기관이 예산으로 타당성 용역을 해야 한다. 그래야 이해당사자의 입김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조사가 될 수 있다. 이렇듯 개발사업의 절차적 과정을 엄격하게 해 토호들의 입김 차단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토호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의지 또한 필요하다.


개발사업에서는 필히 도시계획변경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이에 대한 승인권한은 2005년부터 광역단체장에게 있다. 광역단체장이 개발사업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된다면, 토호들이 말도 안 되는 개발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지난 6월 17일, 도시계획변경제한을 대폭 완화해버렸다.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토호들의 발호를 막을 장치가 약화된 셈이다. 조직개편을 통해 관계공무원들과 토호의 연계를 끊는 방법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방의원 정당공천제도 폐지해야 한다. 물론 정당공천제 유무에 관계없이 토호들은 발호했지만, 정당공천제가 있음으로 해서 토호들과 중앙권력 사이에 더욱 긴밀한 관계가 형성됐다. 이러한 점들을 의지를 갖고 바꿔 나간다면, 토호들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Posted by 임종금 JKL
경남도민일보 구주모 대표이사의 신년사.

1876년 일본을 방문한 수신사 김기수는 <일동기유(日東記游)>라는 기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일본인 구키 류이치가 '귀국의 학문은 오로지 주자만을 숭상합니까'라고 묻길래 '지난 500년간 우리는 오로지 주자(朱子)만 알 뿐이다. 주자를 배반하는 자는 난적으로 여겨 즉시 처단한다'고 답했다."

유교 해석은 오로지 주자만이 할 수 있다는, 이른바 '주자일존(朱子一尊)'은 조선 500년을 멍들게 한 병폐였습니다. 2014년을 되돌아 보니 주자일존 망령이 다시 살아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현 정부에 조금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는 개인이나 집단은 곧 척결 대상에 올랐습니다.

공론장과 다양성이 사라지는 대신, 억압과 독주가 일상화됐습니다. 창조경제를 지향한다는 사람들이 창조의 원천인 다양성을 짓밟는 이 기막힌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주주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해가 밝았습니다. 2014년을 떠올리니 올 한 해 또한 녹록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은 무겁습니다만, 그래도 희망을 버릴 수 없기에 먼저 '복 많이 받으시라'는 새해 인사 올립니다.

지난 경험을 종합하면 2015년 올해야말로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한 해입니다. '종북몰이'로 대변되는 다양성 말살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그 다양성 속에는 지방자치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경직돼 가는 동안 '수도권 일극 집중'은 더 심화됐습니다. 지역경제가 설 자리를 잃고, 지방자치단체가 오로지 국비 확보에 목을 거는 현상은 '민주주의 퇴행'이라는 현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내 월급 통장 빼고 모든 물가가 다 오르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을 키워야 합니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경제민주화를 되살리지 않고서는 부익부 빈익빈이란 모순을 해결할 길이 없습니다.

물론 여건은 만만치 않습니다. 안방에서 무차별 이념 공세를 벌이는 종편이나, 애국이란 미명하에 '도탄에 빠진 민생'을 합리화하는 보수 신문들을 보면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무기력이야말로 현 집권 세력이 노리는 진짜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주주 독자 여러분! 매년 그랬듯이 올 한 해도 경남도민일보는 묵묵히 제 길을 가겠습니다. 어떤 어려움과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지역사회가 진정 원하는 바를 계속 탐색하겠습니다. 필요할 때 분노의 불길을 댕기고, 힘든 이웃과 고락을 같이하겠습니다. 마침 지면도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계속 외연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주주 독자 여러분도 경남도민일보를 사랑하는 마음을 더 키워주십시오! 경남도민일보가 지닌 힘은 주주 독자 여러분이 건네는 격려에서 배가됩니다.
주주 독자 여러분! 다시 한 번 새해 건승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원문주소: http://www.idomin.com/?mod=news&act=articleView&idxno=469785


Posted by 임종금 JKL
2014.12.16 17:56

지난 기사 새로쓰기 4달 정리 기타2014.12.16 17:56

'에버그린 콘텐츠' 지난 기사 새로쓰기 탄생


올해 8월 초,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이사가 '에버그린 콘텐츠(재활용)'에 대해서 좀 연구해 보라고 하셨다.

에버그린 콘텐츠란 뭘까? 참 안타까운 게 기사는 하루 지나면 잊혀진다. 그래서 속보나 특종을 강조하는 것이다. 


하루 지나면 잊혀지는 기사들. 아무리 잘 쓴 기사라도 그걸 다시 들여다보는 독자나 기자는 거의 없다. 한데 하루 지나면 잊혀지는 하루살이 기사였지만, 적어도 그 기사를 쓸 때는 팩트를 확인하고 취재과정을 거친 '완성된 결과물'일 것이다. 그러면 여기 있는 팩트들을 모아보면 뭔가 하나의 흐름이나 경향이 나타나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우리 홈페이지를 열었다.


적조라는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해봤다. 674건의 기사가 쏟아졌다. 기사를 하나하나 살펴 보니 재밌는 것이 많았다. 역사서에 최초로 기록된 적조는 서기 161년이라는 것, 적조가 통영이나 남해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마산 앞바다에 생긴 기록도 있었다. 여름에만 적조가 생기는 게 아니라 봄이나 겨울에 생기기도 했다. 지금 적조로 100~200억 피해를 보지만 1995년도 적조 때는 당시 돈으로 308억 원이라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지금으로 치면 500~600억 원은 족히 될 만한 피해였다. 


어쨌든 과거 기사들을 정리해 보니 재밌는 게 많았다. 그래서 '지난 기사 새로쓰기'라고 기획을 만들어 버렸다. 까짓거 다 디벼보는 거야. 원래 기획 제목은 '과거기사 다시 쓰기'였는데 김주완 이사와 조정 끝에 '지난 기사 새로쓰기'로 정리했다. '새로쓰기'는 원래 띄워써야 하는데 그냥 붙여 놓으니 그게 더 눈에 띄는 것 같아서 그대로 뒀다. 첫 기사를 쓴 건 8월 7일. 공교롭게 내 생일이었다.


[새로쓰기 전체 목록 보기]


이후 녹조에 대해서도 쭉 정리해 봤고, 김해 경전철, 구제역과 조류독감 잔혹사, 4대강 사업 찬반 기고자, 4대강 사업 찬반 인사와 단체 총 정리, 경남의회 폭력사, 마창대교까지 8편의 기사를 썼다. 기사 하나 당 짧게는 원고지 20매(4000자)에서 길게는 40매(8000자)에 달하는 분량이었다.


기사만 있으면 재미가 없다. 간단하게 도표도 하나씩 넣어줬다. 또 사람들이 못 믿을 수도 있으니 관련기사도 몇 개 넣어줬다. 그래야 지난 기사에 저런 내용이 있었다는 것을 믿을 게 아닌가.


처음 적조에 대한 페이스북 좋아요는 76회, 트위터 리트윗은 6회였다. 나는 그냥 저냥 본전치기는 했다고 위로했다.


지난 기사 새로쓰기에 쏟아지는 반응들


3번째 '새로쓰기'인 김해 경전철에서 부터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미디어오늘이었다. 8월 16일이었다. 기사를 쓴 지 9일 만이었다. 


에버그린 콘텐츠 사례를 다루면서 내 기사를 처음으로 언급해 놨다. 이어 미디어관련 유명블로거인 하이퍼텍스트님이 내 기사를 주제로 포스팅을 했다. 


포스팅 내용을 정리하자면, 기사의 AS가 가능하다. 외면해 버린 이슈를 다시 살려낼 수 있다는 것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했다.

그래도 나는 '뭐 이렇게까지야' 싶었다. 김주완 이사의 영향력도 미칠 것이라 여겼다. 그러다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느끼게 된 게 안차수 경남대 교수의 글이었다. 글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기록의 무서움을 알렸다'는 것이다. 하긴 그렇다. 지난 기사 새로쓰기는 모두 실명 보도다. 사소한 보도자료도 샅샅이 훑기 때문에 누가 뭘 했는 지 '내가 원하면' 다 실을 수 있다. 또한 상대방이 항의하기도 어렵다. '예전 기사 있는 거 보고 썼는데요. 제가 없는 걸 썼습니까?'라고 받으면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그제서야 내가 무서운 일을 하는 구나 싶었다.

이 외에도 슬로우뉴스 주간 뉴스큐레이션에 8개 기사 중 볼만한 기사로 3차례나 실렸다. 
10월 31일 지역신문 컨퍼런스 '젊은 기자의 창'에서 금상도 받았다. 
오늘 저녁 7시 10분에는 정관용의 시사자키에도 나온다. 마창대교 새로쓰기를 담당 피디가 봤기 때문이다.



다른 언론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솔직히 이 기획은 약간의 노력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모든 언론사에는 검색엔진이 있을 것이고, 수백 개의 기사를 클릭해 보면 된다. 수백 개를 다 본다고 생각하면 아찔할 수 있겠지만, 막상 해 보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루에 2시간, 3~4일만 하면 1000개의 기사를 훑어볼 수 있다. 그 중에 핵심적인 내용과 재밌는 내용, 미처 사람들이 짐작하지 못했던 내용, 당시로서는 평범했지만 지금 시각으로는 생소한 것들을 추리면 된다.


그리고 이는 역사가 된다고 생각하고 잘했건 못했건 그 기록을 분명하게 남기기 위해서 실명이나 있었던 발언들을 정리하면 된다. 


개요는 첫 단락은 그 사업이나 현상이 일어났던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정리하고, 두번째 단락은 핵심적인 쟁점, 세번째 단락은 현재에 미치는 영향을 쓰면 된다. 그러나 이대로 하지 않아도 상관 없다.


어쨌든 언론사 홈페이지는 데이터의 보고다. 우리는 이걸 그대로 묵혀 두기만 했을 뿐이다. 이젠 사용할 때가 됐다. 혁신이라고 해서 없는 것을 새로 거창하게 만들 필요가 어딨나? 있는 것부터 잘 활용하는 게 혁신이 아닐까 싶다. 


기타 관련 언급된 링크들
http://blog.ohmynews.com/sanhaejeong/189199

http://journalismforum.net/211


Posted by 임종금 JKL

현대사회에서 도시민의 삶을 사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 무언가의 허전함을 도시는 채워주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 사는 냄새, 자연의 소리를 찾아 마을로 슬쩍슬쩍 발걸음을 옮겨 본다. 그렇게 마을에서 잠시 잠깐의 힐링만 하고 돌아오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진 않는다.


마을에서 내 인생의 제2, 제3의 길이 있지 않을까? 조금 더 깊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책이다.


생각해보자. 다 똑같아 보이는 마을, 하지만 들여다보면 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20개 유형의 마을을 다뤘다. 모든 것이 다르다. 마을의 시작부터 경제적 기반과 사회적 환경, 자연 환경 모두 다르다. 이 책은 그 '다름'을 처절할 정도로 치밀하게 다뤘다.





저자는 마을 주민도 인터뷰했고, 마을에 정착한 도시민도 인터뷰했다. 성공한 시도, 실패한 시도 모두 인터뷰했다. 마을에 서 있는 작은 비석도 아무렇게나 서 있는 것은 없다. 다 나름의 이유가 있고 이야기가 있다. 매의 눈으로 샅샅이 훑는다. 괜히 마을 전문가가 아니다.


물론 저자는 원래 이상적인 마을 공동체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이 책은 더 없이 좋은 귀농 귀촌 지도서이다. 뻔한 한 두 사례를 억지로 포장해 만든 것도 아니고, 실정에 맞지 않는 뜬 구름 잡는 하나마나한 소리만 하는 것도 아니다. 마을의 밑바닥을 이렇게 보여준 책은 보지 못했다.


기껏 가진 것을 몽땅 털어 나름 고상한 비전과 사상을 갖고 마을에 들어가서는 외딴 섬이 돼 있는 지인들을 숱하게 보게 된다. 이 사람들이 '결심'을 하기 전에 이 책을 먼저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Posted by 임종금 JKL
오는 16일(2005년 1월 16일)부터 또다른 전쟁의 서막이 펼쳐진다. 바로 개정된 저작권법의 시행으로 소비자와 소위 ‘전송권’을 가진 기업과의 전쟁이 그것이다.

개정된 저작권법은 저작인접권자인 법인이나 개인이 전송권을 가지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여기서 전송권이란 전송권자가 유무선의 방법을 통하여 저작물을 송신하거나 다른 이가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이전 저작권법에서는 이 전송권이 창작자에 제한되어 있었으나 이제 개정된 저작권법은 위에서 말한 대로 이 전송권을 저작인접권자까지 확대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과거와는 달리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동영상이나, 음악파일에 대한 전송권 침해에 관하여 창작자 개인이 단속하고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직접 나서서 이것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업이 소비자를 통제하고 단속하는 기형적인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과연 기업에게 전송권까지 주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볼 만하다.

기업은 자본과 조직을 거느리고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이들은 저작물의 창작과정에서 단 1%의 창작과정에도 개입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이들은 창작과는 거리가 먼 집단이다.

이런 기업들에게 배포권과 복제권 외에 전송권까지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들의 전송권에 대한 단속도 그들의 이윤에 맞는 인기 음반이나 동영상에만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저작권법에 있는 전송권은 소비자가 제 값을 주고 산 음반이나 동영상 조차도 개인적으로 친구에게 보내주는 순간, 개인 소유의 사이트에 올리는 순간 전송권 침해에 해당된다.

즉, 소비자가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소유하게 된 개인의 소유물조차도 개인의 자유의사대로 처분할 수 없는 반자본주의적인 조항인 것이다. 이런 전송권은 분명 철회되어야 마땅한 권리이다.

이제 전송권을 화두로 우리 사회에서 저작권법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일어날 것이다.

우리는 이런 논의 속에서 저작권법의 기본전제인 ‘저작물은 창작자의 순수한 창작’ 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지구상의 수많은 정보는 과거 인류의 수천년 역사를 통해서 축적된 유산이다. 그런 만큼 정보는 사회적이고 공공재적 성질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런 정보가 어떤 개인(집단)이 한 순간에 무에서 유로 만들어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이것을 과연 그 정보 저작자에게 그 전권을 넘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저작권법의 바탕에 깔려있는 ‘어떤 저작물(정보)은 창작자의 순수한 작품이다. 고로 그 창작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라는 생각은 분명 반역사적이고 반사회적인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저작권법 논의가 감시와 통제가 아니라 좀더 사회적이고 공공적인 측면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경남 도민일보 투고글-2005년 1월 10일)
Posted by 임종금 JK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