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KL의 토호문제연구소 :: '인터내셔널가' 태그의 글 목록

달력

9

« 2019/9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  
  •  
  •  

'인터내셔널가'에 해당되는 글 1

  1. 2017.07.31 소련 인터내셔널가에서 한국 운동권의 한계를 보다 (2)


지금은 빛이 바랬지만 한때 사회주의-공산주의-아나키즘 진영의 '국제주의'는 아름다웠다.


비록 내 나라, 내 민족의 일이 아니지만 새로운 세상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그들의 결기는 찬란했다. 1936년 스페인 내전 때 수만 명에 달하는 유럽 좌파들이 스페인 공화국군을 돕다가 죽었다. 


일제시대 때에 중국 공산당과 조선인 독립운동가들은 공적인 일제에 맞서 싸웠고, 심지어 일본인 가운데서도 공산주의자들은 남몰래 독립운동을 지원해줬다. 비록 자기는 일본인이지만 새로운 세상을 위해서 조선인과 중국인을 돕는 이들이 (지금은 일부 사례만 남아 있지만)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쿠바 혁명의 주역 체게바라는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쿠바 혁명에 참가한 후 쿠바국립은행장을 하다 볼리비아 사회주의 게릴라들을 돕다 죽는다. 아프리카에서도 이 같은 일이 많았다고 들었다.


이들의 국제주의와 연대를 상징하는 노래가 바로 인터내셔널가다. 현재 최소 50개 언어로 불려지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가사도 내용도 약간씩 다르다고 한다. 

인터내셔널가를 상징하는 이미지



그런데 나는 유독 민중가요 가운데 인터내셔널가는 참 귀에 꽂히지 않았다. 리듬이 문제가 아니라 가사가 참 귀에 안 들어왔다.


지금 가장 많이 불려지고 있는 인터내셔널가 한국어 가사는 다음과 같다. 

===

깨어라, 노동자의 군대 굴레를 벗어 던져라

정의는 분화구의 불길처럼 힘차게 타온다

대지의 저주받은 땅에 새 세계를 펼칠 때

어떠한 낡은 쇠사슬도 우리를 막지 못 해

들어라 최후 결전 투쟁의 외침을

민중이여 해방의 깃발 아래 서자

역사의 참된 주인 승리를 위하여

인터내셔널 깃발 아래 전진 또 전진!

===

참, 뭐랄까. 딱딱하고 경직된 단어들이 한없이 늘어져 있다. 운동권 선전물에서 자주 쓰던 단어들의 결집체라고 할까? 초등학교 교가 느낌? 군가 느낌이라고 할까? 뭔가 정이 안 가는 가사였다. 


나는 그냥 원래 인터내셔널가는 이런 줄 알고 넘어갔다. 


최근 갑자기 인터내셔널가가 생각났다. 유튜브에 검색해 보니 다양한 나라의 인터내셔널가가 번역돼 있었다. 그러다 인터내셔널가의 '본가'라고 할 수 있는(원래는 프랑스 파리 코뮌이 원조지만) 소련의 1978년 당대회 당시 부른 인터내셔널가가 있다. 그걸 번역한 영상이 있었다. 


===

일어나라, 저주받은 낙인이 찍힌, 전 세계의 굶주린 이들과 노예들이여

격분한 우리의 정신이 끓어올라 생사를 건 투쟁으로 인도할 각오가 되었노라

전 세계의 강압을 우리는 파괴하리라.

그 후에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리라

아무것도 아니었던 우리, 세상 전부가 되리라

이는 우리 최후의 그리고 결정적인 쟁투이니

인터내셔널과 함께 인류는 일어나리라

===


한국어 인터내셔널가와 소련 인터내셔널가는 비슷한 것 같지만 내용이 참 다르다. 


먼저 한국어 인터내셔널가는 '노동자'라는 단어로 '우리'의 범주를 한정해 버렸다.  반면 소련 인터내셔널가는 '저주 받은 낙인이 찍힌 전 세계의 모든 굶주린 이들과 노예들'로 최대한 폭을 확장했다.


한국어 인터내셔널가는 '세계'라는 단어가 딱 한 번 등장하지만 그건 전 세계를 의미하기 보다는 한국 안에서의 새 세계를 만든다는 개념에 가깝다. 하지만 소련 인터내셔널가는 '전 세계·인류'를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어느 가사가 인터내셔널가의 정신에 맞다고 보는가? 나는 후자가 맞다고 본다. 


또한 소련의 인터내셔널가에는 명문이 있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우리, 세상 전부가 되리라'. 굶주린 노예 상태인 민중은 하루살이 피지배층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들이 일어나서 세상을 뒤집으면 세상 전체가 민중의 것이 된다는 뜻이다. 


이 세상 모든 운동가들은 이 긴 설명을 어떻게 쉽게 알기 쉽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하지만 이렇게 간결하면서도 깔끔하게 정리한 것은 찾기 쉽지 않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우리, 세상 전부가 되리라


번역이 어렵게 됐고, 이 가사대로 부를 순 없지만, 소련의 인터내셔널가는 한국어 인터내셔널가와 달리 기억에 바로 남았다. 


내가 운동권 인사를 많이 보진 못했지만, 운동권 사람들은 운동권만 보면서 투쟁을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중들에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쉽고 편하고 접점이 생기도록 하는 노력보다는 '이만하면 알아듣겠지' 싶은 선전과 구호가 많았다. 물론 옆에 있는 운동권이야 바로 알아듣겠지만 대중들은 '아니 도대체 같은 한국말인데 저쪽 말은 왜 저렇게 이상하고 어색하지?' 하는 느낌이 끊임없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소련 당 대회 모습도 잘 살펴보면 보면 젊은 사람들도 많고, 옷차림도 각양각색이다. 물론 주도권을 잡은 사람은 앞 줄에 양복입은 사람 몇몇과 군복 입은 몇몇이겠지만, 최소한 겉으로는 다양한 세력이 참여한다는 시늉이라도 보이려 한 듯 하다. 우리가 생각한 사회주의 국가(북한, 중국)의 국가행사 때와는 좀 다른 모습이었다.


아무튼 운동권의 시대는 막이 내렸다고 하지만, 운동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사소한 것 하나라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사람들에게 접근하기 쉽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노력 또한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Posted by 임종금 JK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