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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나름의 이유를 대고 있지만, 역사를 조금 배운 사람으로서는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먼저 4대강 유역은 문명 이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터전이다. 큰 강 인근은 언제나 풍족한 곳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그곳에서 물고기도 잡고, 열매도 따 먹고, 농사도 지으면서 살아왔다. 4대강 인근에 우리 조상들의 오랜 유산과 얼이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4대강 유역에서 유적 조사를 해 본다면 상당한 유물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사에 들어가기 앞서 공사지역의 유적 조사는 필수이다. 그러나 4대강 인근, 아니 낙동강 공사 구간만 하더라도 현재의 인력과 지원으로는 유적 조사만 하기에도 족히 수십 년은 걸릴 것이다. 필자가 듣기로는 대강 눈으로 훑어보고 어지간한 유적지가 눈에 띄지 않는다면 그저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수천, 수만 년을 숨 쉬고 있던 유산이 그대로 파괴되는 것이다. 

현재 홍수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보를 쌓고 있는 낙동강 본류는 역사적으로 볼 때 ‘안정적인’ 강이다. 조선시대 조운선이 사시사철 다니던 곳이 바로 낙동강이다. 조운은 조선의 재정을 담당하는 매우 중요한 운송로이다. 이곳에 사시사철 배가 다녔다는 것은, 일정한 수준에서 유량이 안정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매년 수해가 들어 본류가 넘쳤다면, 매년 유량이 부족하여 낙동강에 배를 못 띄울 정도였다면, 국가의 존망이 걸린 조운을 운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고려와 조선은 늘 낙동강을 통해 경상도에서 거둬들인 막대한 재정을 운송했다. 적어도 낙동강 본류는 홍수와 가뭄에 취약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예부터 대부분의 홍수는 지류나 소하천에서 일어난다. 김두관 도지사가 행정자치부 장관 시절 작성된 ‘우리나라 자연재해 발생 추이 분석 및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는 조선시대부터 일어난 홍수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고 있다. 대부분의 홍수는 하천을 막고, 둑을 쌓아 농경지를 일군 지류에서 둑이 터지고, 제방이 넘쳐 홍수가 일어난다. 상습 침수 지역도 마찬가지이다. 예전의 물길을 막은 곳에서 상습 침수가 일어나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자연적인 물길을 복원하고, 물길을 가로막는 주거지를 옮기는 것이 근원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제시되어 있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고용창출과 경제성장, 뉴딜정책 운운하는 논리를 내세워 4대강 사업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고대로부터 토목공사는 고용효과를 창출하려는 목적이 강했다. 조선 광해군 시기 이뤄진 궁궐 축조도 광해군이 폭군이라서가 아니라, 임진왜란 직후 유랑민들을 거둬들여 일감을 주고 먹여 살리기 위한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현대에서는 그와 같은 고용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대규모 토목사업일수록 투자비용 단위 고용효과는 오히려 감소한다. 공사가 커질수록 큰 기계가 다 일을 하기 때문이다. 

낙동강의 수질개선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낙동강의 수질이 깨끗해지는데, 왜 부산광역시는 저 멀리 남강댐물이 필요한지 궁금하다. 오히려 강바닥을 파내어, 강물의 자정기능을 죽이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이렇듯 4대강 사업의 논리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논리가 궁색해지자, 한 교수는 4대강 사업 찬성 논리로, ‘메소포타미아가 최초 인류 문명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관개수로를 잘 정비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런 관개수로를 잘 정비해야 합니다’라고 역설했다. 아마 그 교수는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그 교수의 말대로 나일강과 황하보다 관개수로를 먼저 정비한 수메르인들은 조금 더 일찍이 문명을 건설했다. 그리고 온 강과 지류에 관개수로를 도배했다. 반면 황하나 나일강은 관개수로를 그리 크게 만들지 않았다. 그냥 범람하는 것을 놔두고, 최악의 사태만 면할 정도로 공사를 했다. 초기에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좋았다. 물을 구하기가 더 쉬웠으니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대규모 관개수로를 만들면서 물의 증발량이 엄청나게 늘어갔다. 농경지를 확보하느라 물을 잡아둘 나무도 다 베어 버렸다. 그리하여 땅은 사막이 되었고, 소금기만 남게 되었다. 수메르인의 말에 따르면 ‘땅이 하얗게 변했다’라고 한다. 별 수 없이 밀보다 소금기에 강한 보리를 경작했으나 이마저도 한계에 달했다. 결국 수메르 문명은 쇠락의 길로 가게 되었다. 

이렇듯 역사는 4대강 사업의 논리가 얼마나 허구인지 증명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자연 그대로의 물길을 되살리는 것이 진정으로 역사의 순리에 따르는 현명한 일이 아닐까. 

임종금(`뿌리깊은 역사논술' 저자)

경남신문 2010년 7월 21일에 기고한 글입니다.


Posted by 임종금 J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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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꼭 묻는 질문이 있다. ‘역사는 진보하는가?’, ‘역사는 돌고 돌뿐인가?’라는 것이다. 

한쪽을 보면 역사는 진보하는 것 같아 보인다. 발전된 현대문명, 컴퓨터에서 클릭 몇 번만 하면 물건을 바로 살 수 있으며, 얼굴을 보면서 전화를 할 수 있는 시대. 어르신들은 하루하루 달라지는 세상에 경탄을 하면서 ‘정말 세상 좋아졌다’를 연발한다. 

하지만 다른 한쪽을 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가난한 사람은 아직도 굶주리고 있으며, 전쟁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권력을 위한 경쟁은 그치질 않았으며, 사람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방식은 큰 변화가 없다. 아마 청동기 시대 사람들을 데려놓아도 처음에는 현대문명의 화려함에 놀라겠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우리들처럼 적응하고 살 것이다. 왜냐면 큰 틀에서 비슷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역사는 돌고 돈다는 것인가? 아니면 진보한다는 것인가? 혹은 퇴보한다는 것인가? 이 논쟁에 마침표를 찍기 전에 몇 가지 재미있는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기원전 20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는 화려한 고대문명이 꽃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전기를 개발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전기를 생산하는 전지 항아리를 만든 것이다. 전지 항아리들은 지금도 유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상식은 19세기 초 이탈리아 출신 물리학자 볼타가 전지를 만든 것이 최초의 전지라고 알고 있다. 기원전 2500년경,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가 만들어졌다. 그 규모와 정밀도는 상상을 초월해서 지금 기술로도 피라미드를 만들려고 한다면 건축학자들이 난색을 표할 정도이다. 1969년, 미국은 달에 사람을 보냈다. 이후 몇 차례 달에 사람이 갔지만, 1970년대 이후부터는 달에 사람을 보내지 않고 있다. 

이런 사실들은 역사가 진보하거나 퇴보하거나 반복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을 알려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고대문명이 발달하였다. 그 문명의 근저에는 연금술의 발달에 있었다. 연금술사는 고대문명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그들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하였다. 그러다 그들은 특정 금속과 몇몇 물질들을 조합하면 전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까지도 알았다. 그리하여 항아리 전지를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명백하게 진보이다. 

그러나 항아리 전지는 당시 쓰일 곳이 없었다. 공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전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귀족들이 항아리 전지를 만지면서 찌릿찌릿하는 느낌을 즐기거나 불꽃이 튀는 것을 보면서 즐기는 사치품에 불과했다. 귀족들의 취향이 변하자, 항아리 전지는 아무런 쓰임새를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이후 연금술사들은 항아리 전지를 만드는 방법을 잊어버리게 된다. 

피라미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당시에 피라미드가 필요로 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피라미드를 제작하는데 국력을 기울이게 되었고, 피라미드 제작과정에서 고난도의 수학적 기법과 돌을 능숙하게 다루는 어떤 방법들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피라미드와 같이 소모적인 건설은 필요 없어졌으며, 그로 인해 건설과정에서 개발했던 고난도의 수학적 기법이나 돌을 다루는 기술도 함께 사장되었다. 

미국은 소련과의 체제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우주개발에 뛰어들게 되었다. 미국은 국력을 기울여 우주개발에 착수했고, 어마어마한 인력과 돈을 들여 드디어 달에 사람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곧 미국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달에서 몇 번 돌아다니는 것이 미국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체제경쟁에서 이겼다는 우월감뿐이었다. 그 외에 남는 것은 엄청난 액수의 청구액이다. 미국은 이 소모적인 우주개발을 줄이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지금은 달에 사람을 보내지 않고, 우주왕복선을 통해서 몇몇 실험을 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이 사례를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가 있다. 바로 ‘필요성’이다. 고대에는 연금술사들의 뛰어난 능력이 ‘필요’했고, 전지를 만들어내는 ‘진보’까지 이루게 된다. 하지만 전지는 그 시대에 아무런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피라미드의 경우도, 피라미드 건설이라는 목표를 완수하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했지만, 피라미드의 건설이 무의미해지자 그 기술들도 ‘필요성’을 잃어버리고 사라지게 되었다. 미국이 달에 인간을 보낸 경우도 동일한 이유이다. 

이렇듯 역사는 필요에 따라 진보하기도 하고, 반복되기도 하며, 퇴보하기도 한다. 만약 누군가가 ‘역사는 진보한다’, ‘퇴보한다’, ‘반복된다’고 정의 내린다면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거나, 한 면만을 보고 확대해석한 것이다. 동일선상에서 미래를 예측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래는 진보할 것인가, 퇴보할 것인가, 반복될 것인가를 놓고 논의가 무성하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인류가 필요로 하는 것은 진보하거나 다시 찾을 것이고, 인류가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은 퇴보할 것이다. 

임종금(‘뿌리깊은 역사논술’저자)

경남신문 2008년 8월 18일자 기고글입니다.

Posted by 임종금 J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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