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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30 이제 경남지역 지방선거도 전문가 시대

1991년 아버지가 출마한 제1기 지방선거부터 나는 지방선거와 인연이 많았다. 아버지 선거는 당연하고, 2002년에는 민주노동당 후보들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기도 했고, 2010년 김두관 도지사 후보 캠프에서 온라인 팀장을 하기도 했다. 이후 기자로써 지방선거를 유심히 관찰했다. 


그래서인지 다른 선거 보다 지방선거가 나는 익숙하고 편하다. 최근 경남지역 시사블로거들과 함께 내년 지방선거 출마가 확실시되는 공민배 전 창원시장, 전수식 전 마산부시장, 허성무 전 경남정무부지사와 간담회를 했다. 


말이 간담회지 근 2시간 넘도록 온갖 질문이 쏟아지는 자리였다. 간담회 내용은 누가 잘했다 못했다 현직 기자인 내가 평가하긴 어렵다. 다만 이제 지방선거는 어떤 선거인가 '실무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서 글을 쓴다. (이는 경남/경북 선거 경험에서 기초한 글이라, 수도권이나 대도시 선거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공민배 전 창원시장. 사진 순서는 간담회 순서.



1. 이제 프로 선거꾼 시대


지방선거도 이제 1991년, 1995년, 1998년, 2002년, 2006년, 2010년, 2014년을 거쳐 2018년이면 무려 8번이나 치렀다. 


이제 8번이면 사람들의 노하우도 충분히 쌓일 때다. 사실 다른 선거 보다 지방선거는 뭔가 아마추어적인 냄새가 났다. 대통령 선거야 최고 전문가들이 하는 거고, 국회의원 선거도 정부 수립 이후부터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방법이나 노하우, 표 계산 등이 정교해질 대로 정교해졌다. 사실 전국에서 비례대표 빼면 250명 정도 밖에 안 뽑는 선거니 아마추어들이 끼일 자리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워낙 선출 인원이 많기 때문에 아마추어 브로커·참모들도 어째 요행으로 끼어들 여지가 있었다. 그렇게 선거에 맛을 들인 아마추어들도 여러 번 하다보니 이제 프로가 됐다는 말이다.  이번이 처음인 선거 신참과 여러 번 구른 프로 선거꾼 사이 격차는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 


전수식 전 마산부시장.



2. 사람 구하기 어렵다


그런 이유로 후보자는 프로 선거꾼을 빨리 포섭해야 한다. 이미 선거판에서 어느 정도 평판이나 검증이 된 프로 선거꾼은 누구나 데려가려고 한다. 또 프로 선거꾼은 여러 선거에 걸치지 않는다. 한 선거에 집중한다. 여러 선거에 기웃대는 사람은 진심을 다하기 어렵고, 자기 이익 계산부터 한다. 그런 이들은 말은 번지르르하게 늘어 놓지만 실효성이 없고, 되레 선거 조직에 위해가 된다. 


이런 점을 알기 때문에 눈치 빠른 후보는 빨리 움직였고, 지금 프로 선거꾼 가운데 70~80%는 뛸 곳을 결정한 듯 보였다. 아직 선택하지 않은 20~30%는 여러 곳에서 콜을 받고 있거나 혹은 다른 이와 '전공'이 중복되거나 아니면 과거 선거에서 손발이 안 맞은 뭔가가 걸려서 선택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들도 연말 전에 갈 곳을 정할 것이다. 따라서 2018년이 지나서 선거 준비를 한다는 것은 이미 늦은 셈이다. 물론 자신이 엄청난 인지도와 영향력을 갖췄다면 프로 선거꾼들을 흡수할 수 있을 지 모르겠으나 경남에서 그 정도 힘을 갖춘 사람은 별로 없다. 


허성무 전 경남 정무부지사.



그러면 이런 반박이 가능할 것이다. 도지사의 경우 아직 누가 나올지 불투명한데 너무 섣부르게 단정짓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당에서 선거를 치러준다고 하더라도 후보로 나설 마음이 1%라도 있으면 이미 움직임이 있다. 후보로 나설 사람은 서울에서 딴청 피우고 있지만, 이미 지역에서는 혹시 만일을 생각해서라도 사람을 모을 수밖에 없다. 이런 움직임이 전혀 없는 사람은 내년 선거에 안 나선다고 봐도 된다. 


물론 예외는 있다. 딱 한 사람, 프로가 옆에 있든 없든 선거를 자체적으로 치를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김경수 의원. 이 사람은 최소한의 보좌진만 데리고 그냥 열심히 돌아다니기만 해도 기본적으로 40% 이상은 득표 가능한 사람이다. 


3. 극단적인 변수는 갈수록 적어진다


모든 게 연결되는 이야기다. 선거꾼들도, 심지어 유권자들도 이제 프로다. 누가 되고 안 되고 짐작할 수 있다. 고로 승산없는 사람이 득표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앞으로 지방선거 가운데 대규모 선거(도지사, 교육감, 창원시장) 출마자가 천천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무슨 '진보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미래를 보기 위해 이름 알리기' 식의 출마를 하기에는 대규모 선거의 경우 소모되는 비용이 너무 크다. 그리고 뭔가 이색적인 것을 내세워도 유권자들이 그거 하나만 보고 동하진 않는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단일화 해 주고 도의원이나 시의원 하나라도 더 보장 받는 것이' 실질적으로 더 가치 있다는 것을 정당들도 알 것이다. 

민주당에서 만든 허성무 전 경남 정무부지사 홍보물. 소주병에 붙여서 감쪽같이 만들었다. 최근 경남에서 민주당 선거역량은 놀랍도록 성장했다.



고로 대규모 선거의 경우 본선에서 2~3명의 싸움으로 승부가 날 것이다.


그럼 지금까지 개인 경험으로 비춰봐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지금 이 시점에서 유의해야 할 점이 뭘까?  


4. 지방선거에서 유의해야 할 점


-중요한 공약이나 '패'는 지금 오픈하지 마라. 주목 받기도 힘들 뿐더러 상대를 편하게 해 준다. '아 저쪽은 저게 핵심이네, 그럼 여기서는 이렇게 받아치지' 상대에게 너무 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내년 3월, 혹은 4월이 지나서 오픈해도 된다. 

-출마/불출마 여부도 최대한 늦게 말해야 한다. 이미 내부적으로 정리가 됐다고 하더라도 상대편은 누가 출마하고 누가 출마하지 않는다고 알면 대응하기가 편해진다. 지방선거는 선출자들도 많고 복잡한 선거다. 상대를 편하게 해줄 이유가 없다. 

-각 분야별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참모들도 SNS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속 보이게 후보 알리는 데에 집착하면 친구들이 떨어져 나간다. 지금은 편하게 친구 맺는 데 집중하고, 내년 3월 이후에 '본색'을 드러내야 한다. 

-돈 관리는 직접(혹은 최측근이거나 가족) 해야 사고가 안 생긴다.

-지역조직에서 책임자를 분명히 해야 한다. 선거를 하다 명함을 막 파주다 보면 옥상옥 조직이 될 수 있다. 그럴 경우 분명 분란이 생긴다.

-업무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장기 목표, 중기 목표, 일별 목표를 세워 놓고 매일 진전도를 보고 해야 한다. 

-대학생들을 사귀어야 한다. 나중에 필요할 때가 분명 생긴다. 

-아줌마들 한 무리 정도는 확실하게 포섭해야 한다. 역시 나중에 필요할 일이 분명 생긴다. 

-지역 토호들은 과거 보다 영향력이 약하다. 그들에게 휘둘릴 필요 없다. 뭉치표 갖고 온다는 보장이 없다.

-동창회 명부, 동문 명부 등을 가져오면서 생색을 내는 사람이 있다. 사실 구하는 건 어렵지 않고, 또 그 사람은 여러 곳을 돌면서 이미 명부를 뿌렸을 것이다. 이 캠프 저 캠프 기웃대는 사람은 신경쓰지 말아야 한다.

-선거 구호, 정책, 비전 등은 반드시 주변 '일반'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 지 알 수 있다. 캠프 속 여론에 매몰되어서 결정하면 안 된다.

-봉투를 주지 말아라. 불법일 뿐더러, 이제 시골에서도 갈수록 돈의 위력이 안 통한다. 시골에서 출마했다면 차라리 '저는 돈을 한 푼도 안 쓰겠습니다. 제가 지더라도 할 수 없습니다. 이제 돈 선거는 여기서 끝을 봐야 합니다'라고 전략을 세우는 게 나을 수 있다. 우리 아버지가 상대 50억 쓸 때, 어설프게 10억 쓰다가 물량에서 밀렸다. 위에 얘기한 대로 아버지가 했다면 이겼을 것이다.

-공보물 기획·인쇄처를 미리 정해놔야 한다. 공보물 수요가 더 많아질 것이고, 나중에 급할 땐 밀려서 선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Posted by 임종금 J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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